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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투석생활

만성신장병, 투석과 신장이식 정보

by 분홍애비 2022.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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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신장병 환자로 혈액투석을 받은 지 벌써 만 11년이 지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블로그에 글쓰기가 중단되었던 시점을 살펴보니 그 또한 만 11년이 지났군요..

딱히 건강상의 문제로 블로그를 중단했던건 아니었지만 결과론 적으로는 그리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투석 및 이식 대기와 관련하여 알게된 사실과 경험한 내용에 대해 공유해 보는 것도 나름 저와 같은 상황에 대해 고민 중이신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 제가 적는 내용들은 물론 의학적으로 증명된 얘기들도 있겠습니다만, 대부분 경험 및 들은 얘기(물론 의사에게)에 기반한 내용이므로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겠지요..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진사에게..)

 

혈액투석 vs. 복막투석

처음 투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제 큰일났다'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뭔가 평범한 일상은 다른 세상의 얘기가 되어버린 것 같고, TV를 통해 봐왔던 어려운 투병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었죠.

하지만, 그러한 생각에 잠겨있을 여유는 없고, 혈액투석을 하느냐 복막투석을 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신장병을 앓고 계시는 분들은 자신의 병증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라도 어느정도 검색을 통해 두 가지 방법에 대한 차이를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간단하게 요점만 정리하면, 복막투석은 투석을 위해 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상 생활(직장생활, 여행 등)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매일/직접 하루 4번 정도 투석액을 갈아주어야 하고, 관리가 제대로 안될 경우 복막염 등의 합병증 우려가 있습니다.

혈액투석은 주 3회 4시간씩 병원에 방문하여 투석치료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제약이 있지만, 병원에서 관리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합병증에 대한 우려는 적은 편입니다.

 

제 경우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복막투석을 심각하게 고려했었습니다. 그런데 검색을 하다 보니 꽤 많은 병원에서 야간 혈액투석을 진행하고 있었고, 다행히도 회사 근처에 야간 투석(6시~10시)을 진행하는 병원이 있어 혈액투석으로 급선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평소에 규칙적인 생활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복막투석 관리에도 자신이 없었고  회사에서도 회의/보고 등이 많다 보니 제시간에 투석액을 교환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겠다 싶었죠..

 

투석 생활 및 이식 대기

그렇게 혈액투석 11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나름 만족스러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보통 신장투석을 결정할 때 검사수치중 '혈중 크레아틴'수치가 7을 넘어 10에 가까워질 경우 투석을 결정하는데(정상수치는 0.5~1.2 정도) 제 경우에는 5를 넘어서자마자 투석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왜 이리 빨리 시작하나 싶어 주치의 선생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결과론적으로는 신장이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일찍 시작해서 좀 더 오래 관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장투석실에 내원하면서 다른 환자분들께 듣기로, 보통 투석 시작하고 2~3년이면 소변이 멈춰버려서 수분조절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으신다고 하는데, 제 경우에는 신장기능이 약간 남아있는 상태에서 투석을 시작하면서 관리한 덕에 거의 8~9년 정도는 수분조절 걱정 없이 투석 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성향 문제이겠지만, 1주일에 4시간씩 3번이라는 12시간 동안 평소에 하지 못했던 밀린 드라마 시청, 시리즈 영화 정주행, 게임 등으로 저만의 시간을 영위하기도 했죠..ㅎㅎ

 

처음 투석을 시작했던 11년전만 하더라도 빨리 신장이식 공여자가 나와서 이식 수술을 하기를 바랐었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건지,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건지는 몰라도 지금은 차근차근히 진행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바로 이식이 가능하면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하니 당연히 좋겠지만, 이식신장의 생존률이 평균 10~15년 정도이다 보니 너무 빨리 이식을 하다 보면 은퇴 전에 한차례 더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물론 관리를 잘하시는 분들은 20년 넘게 문제가 없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해외의 경우, (뇌사자)이식 순번이 왔을 때 이식을 하지 않으면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다음에 하겠습니다라고) 이식 거부를 하더라도 순번이 뒤로 밀리지는 않는다고 합니다.(오늘 병원에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와 상담해보니 저는 투석한 지 오래돼서 거의 1순위 근처라고 합니다)

 

이식 수술 

이식 수술은 아직 하지 않아서 쓸 말이 많이는 없지만 오늘 코디네이터와 상담하면서 문의한 내용을 정보전달 차원에서 몇 자 적을까 합니다.

처음 투석을 시작했던 11년 전만 하더라도 이식 수술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회사를 얼마나 쉬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기본적으로 '2,000만원 내외, 6개월'이었습니다. 사실 직장 생활하는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수술비에 6개월 동안 월급이 줄고, 그렇다고 생활비는 그대로인.. 경제적으로 굉장히 부담이 되는지라 이식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동일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700~1,000만원, 한달정도'였습니다. 병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비용의 경우 대부분 급여항목이라고 하니 크게 부담될 것 같지는 않고(급여항목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일부 의료지 지원이 나옵니다), 회복기간도 애초 6개월이면 휴직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한달이면 연차 안 쓰고 잘 모아놓았다가 어찌어찌 해결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해 및 잘못된 정보전달을 방지하기 위해, 코디네이터분이 말씀해주신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자면..

"면역억제제를 드셔야 하기 때문에 최소 3개월은 쉬는 것을 권장드리지만, 저희가 생활하셔야 하는데 일 못하게 막을 수는 없고, 수술 후 2주간 입원하시고 퇴원하시면 관리를 잘하셔야겠지만 일단 외부 활동은 가능합니다."

사실 2주 있다가 바로 복귀할 자신은 없으니 한달로 계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나 봅니다. 주저리주저리 뭔가를 많이 쓰긴 했는데 정보인지 넋두리인지..

그래도 혹시나 관련 정보를 찾으시는 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11년 만의 첫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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