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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투석생활

만성신장병, 발병부터 투석까지

by 분홍애비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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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투석 이야기입니다.

지난 주말에 지인들과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디선가 크레아티닌이 어쩌고, 식이요법이 어쩌고 하는 얘기가 들려 돌아보니 지인 중에 한 분이 최근 건강검진에서 IGA신증 판정을 받으셨다고 매우 걱정하고 계시더군요..
제가 이미 투석을 하고 있는 상황을 알고 계시는지라 대화는 자연스레 건강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 IGA 신증이란?
사구체신염의 일종으로 신장 사구체 내에 면역글로불린 A(IgA)가 포함된 면역 복합체가 침착되어 나타나는 면역 기전 질환입니다. 약 10~15%는 유전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첫 진단 20년 안에 만성신부전까지 진행될 확률은 약 20~30% 정도입니다. 주된 증상으로는 혈뇨, 단백뇨(소변에 거품이 많음)가 있습니다.
참고로, 만성신부전의 주된 원인질환은 당뇨병(41%), 고혈압(16%), 사구체신염(14%) 등 입니다.



사실 아프다는 사람 앉혀놓고 괜찮을 거다, 금방 나을 거다와 같은 상투적인 멘트는 그저 인사치레 수준으로 그칠 것이 자명하므로, (결론은 똑같겠지만) 나름 제 경험에 비추어서 별일 아니다, 잘 관리하면 된다는 얘기를 강조해 드렸습니다.
혹시나 동일한 상황에 처해서 이제 어찌하나 고민하시는 분들도 제 사례에 비춰서 잘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거의 30여 년 전.. 강산이 세 번 변하고도 조금 더 변했을 국민학교 시절입니다.
어려서부터 (원래부터 그랬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소변을 볼 때마다 거품이 부글부글거려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던 시절 2~3학년 때쯤 학교에서 신체검사를 하는데 검사지 색깔이 친구들이랑 혼자 다르네? 해서 엄마손 붙잡고 병원에 갔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무증상 단백뇨? 정도의 진단을 받고 신장이 좀 안 좋으니 짜게 먹지 마라.. 정도의 얘기를 들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크레아티닌 수치도 좀 높긴 했지만 정상 수치를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었었죠
그러다가 국민학교 고학년쯤 돼서 1.2를 넘겨서 정상수치를 벗어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취직하고 나서 4년쯤 후에 크레아티닌 수치 5.8을 찍으면서 투석을 시작했으니 발병 후 20년 이상 지나서 투석을 시작한 셈이네요


IGA신증은 아니었지만 그와 유사한 사구체신염이었으니 비슷하다고 보면 위에 IGA신증 설명에서와 같이 20년 후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된 20~30%에 들어간 경우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근데, 요점은 그게 아니라, 그 20년 동안 제 건강관리 방법이었지요
사실 지금 돌아보면 왜 그렇게 살았냐고 욕을 한 바가지 들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만큼 너무 관리를 안 한 듯하여 어디 가서 얘기하기도 부끄럽지만, 일단 지인을 안심시키는 것이었기 주 목적인 관계로..
일반적으로 사구체신염의 경우 식이요법으로 단백질 섭취량을 제한하는데, 일단 저는 고기를 좋아해서 많이 먹었습니다.(이런)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폈었죠(저런) 그리고 대학원에 가서 짜장면도 많이 시켜 먹고 논문 쓴다고(과연) 밤도 많이 새웠습니다. 취직해서는 회식도 자주 갔죠

그렇습니다, 결국 20~30%가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된다는 얘기는 70~80%는 진행 안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리고, 저처럼 관리 안 한 사람도 20년이 걸렸으니 관리만 잘하면 빨라도 은퇴 후, 늦으면 늙어 죽을 때까지 걱정 없을 거다라는 게 제 결론이었습니다.(말로 할 때는 몰랐는데 글로 쓰고 보니 갑자기 후회가 밀려오네요.. 난 왜 그랬을까..)

어쨌든,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겠습니다만(국내 만성신장병 환자가 약 10만 명이라고 하니 발병 단계에 있으신 분들은 더 많겠지요) 단백질, 염분 잘 조절하시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건강관리 잘하시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요즘 웹소설이나 웹툰에 보면 회귀물이 유행이던데, 만약에 어린 시절로 회귀한다면 그때의 저에게 꼭 위의 얘기를 해줘야겠네요(말을 안 들을 것 같기는 하지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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